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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어느 날 그녀의 이야기. ST AR-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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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를 괴롭히는 건 그만두지 않겠습니까?」



  그리폰을 배신하고, 동료에게 설명도 하지 않고 뛰쳐나온 끝에 몽상가(드리머)를 앞에 두고 싸우기를 선택할 수 없던 내 뒤에서, 그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움직일 수 없는 내 옆을 지나, 눈앞에 멈춰 선다.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는 그 옷차림은, 우리들의 지휘관이 틀림없다.

  평소에는 어딘가 풀어진 분위기를 두른 반면, 작전 지휘를 할 때는 무엇보다 정확한 지시를 내리는 그 모습에, 존경의 마음을 품는 인형도 많다. 그의 지휘에 살아남은 적이 있던 나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런 지휘관의 등이, 지금은 매우 믿음직하다.


  업신여기는 표정이었던 몽상가의 얼굴은, 분명히 동요하고 있었다.



  왜 인간이 여기에?

  어떻게 여기를 알았지?

  내 눈을 빠져나갔다는 건가?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마치 자신에게 물어보듯, 몽상가가 외친다.

  

  총조차 들고 있지 않은 지휘관은, 그저 한 마디만 말했다.




「──왜 그래, 꿈이라도 본 건가?」



  통쾌하게 짓궂게, 무심결에 웃고 말았다.

  반면 몽상가는 분노로 몸을 부들거리기 시작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공포가 솟아오르지 않았다.



  그 대신, 하염없이 솟아오르는 이 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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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트 양 콜트 양, 슬슬 일을 재개하고 싶은데요.

  아니, 그게요. 네? 확실히 요즘 너무 일했지만, 충분히 쉬었으니까요. 이제부터는 쉴 땐 제대로 쉴 테니까요. 네?


  내 방, 소파 위.

  꽤나 전부터, 내 머리는 콜트 무릎 위에 실려 있다. 이른바 무릎베개라는 것으로, 평소의 나라면 기뻐하겠지만,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타이밍이 나쁘다.

  헬리안 씨에게 받을 기지 감사가, 내일로 닥쳐왔다. 제출할 서류나 그 외 여러 가지를, 오늘 안에 정리해야 한다.

  

  초조해하는 나를 무시하고, 콜트가 얼굴을 가까이 댄다.

  맑은 눈동자가, 가깝다.



「눈에 기미가 있습니다. 좀 더 쉬죠, 지휘관.」



  그렇게 말하고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인간의 기미는 말이야, 조금 쉰 정도로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럼 사라질 때까지 이래야겠군요.」



  아차, 무덤을 팠다!

  ......냉정하게 생각해봐, 콜트. 내일 감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너라면 알 거야.

  뒤가 켕기는 건 물론 없지만, 너희들의 공적을 제대로 적어두지 않으면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콜트도 요즘 힘내줬잖아. 그 공적이 평가되지 않아도 좋아?



「공적도, 평가도, 명예도, 필요 없어요.」



  바로 대답하는 콜트.

  이상하다, 그녀는 명예 같은 걸 바라는 인형이었을 텐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니, 혹시 내 기억이 잘못됐고, 원래 저런 느낌인 애였나? 으음......!


  놀라서 이리저리 생각을 돌리는 나를 두고, 그녀는 외로이 중얼거렸다.



「지휘관, 오래 살아주세요......」



  아직도 젊고, 수면 부족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고.


  머릿속에서는 그런 말이 떠올랐지만, 입으로는 낼 수 없었다.

  그거야 저렇게, 절실해 보이는 얼굴로 말하면.....


  이번은 내가 졌다. 내일 일은 콜트가 만족한 뒤에 생각하기로 하자.

  그러고 나서 단념하고 눈감는 내 이마에, 서늘한 손이 놓인다.



「후훗, 지휘관......♪」



  기쁜 듯한 소리를 들으며, 내 의식은 점차 졸음에 싸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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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상가가 떠나고, 지휘관이 부른 지원이 올 때까지의 시간 동안, 나는 이번 일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했다.

  전부 들은 지휘관에게서 되돌아 온 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미리 습격을 예상하고, 대책이나 피난이 끝났기 때문에, 부상자는 있어도 사망자는 제로인 것.


  내 도주에 대해서도, 작전을 제안해서 허가를 맡았던 것.


  AR소대나 다른 인형들에게 설명이, 다 되어있는 것.



  ......내가 돌아갈 곳이, 확실히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이해하고, 나는 얼굴을 숙였다. 지금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

  지휘관도 아무 말 없이, 그저 내가 침착하기를 기다려주었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휘관 덕분에 모두가, 내게 가장 좋은 형태로 끝났다.







  ────아아...... 마치 꿈만 같아────



10. 어느 날 쇼핑 이야기. Five-seven




  그리폰 본부의 상업구역.


  평소에는 올 일이 없는 곳이지만, 본부의 호출과 돌아갈 때의 교통상황이 겹쳐, 운 좋게 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대강 돌아본 나는 한 카페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턱을 괴며 커피를 훌쩍 마시고 있다.


  놀랍게도, 우리 애들이 타주는 쪽이 맛있다고 생각했다. 콩이 다른 건지, 아니면 조미료라도 넣은 건지......

  어느 쪽이든 가게보다 맛있다는 것은 굉장한 것이다. 돌아가면 말해보자. 기뻐해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쇼핑 메모를 본다.

  정면에 앉은 57이, 케이크를 먹는 손을 잠시 멈췄다.



「지휘관, 내 쇼핑은 끝났는데, 그쪽은 어때? 잊은 건 없어?」



  지금 확인 중. 잠깐 기다려줘.

  음.... 응, 빠진 건 없어. 확실해.



「그럼 오랜만에 쇼핑한 기분은? 기분전환 됐어?」



  포크로 찌른 케이크를 내게 향하며, 57이 묻는다.

  빙글빙글 원을 그리는 케이크. 그걸 꿀꺽하고 먹자, 그녀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뭐야 그 반응은? 먹으면 안됐던 건가?


  요새 다른 애들이 자주 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유를 들은 57이 왠지 매우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어딘가 포기한 듯한 표정을 하며, 그 입에 포크를 물었다.

  그녀의 입술과 이어진 포크 손잡이가 아래위로 움직인다.

  혹시 양이 부족한 건가?



「......아니야. 그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떤데?」



  츄릅, 하고 포크가 빠져나온다. 케이크 조각조차 남지 않았다.


  아, 쇼핑한 기분이라......

  원래 물욕이 적어서, 기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려나. 그래도 요즘은 일뿐이라, 좋은 숨 돌리기가 됐어.

  57, 너야말로 어때?



「나는 즐거웠는데? ......지휘관하고 데이트한 것 같아서.」



  생긋 웃고 나서, 약간 부끄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바뀐다.

  대답하는 방식이 조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인형 나이가 외모대로라고는 할 수 없고, 비슷한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그래라고 말하며, 그 머리를 쓰다듬기로 했다.

  외모와 나이가 상응하지 않는다면, 아이 취급에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생긋 웃을 뿐 거절하지는 않았다.


  쓰다듬어지는 채로, 한숨을 한 번 내쉰다.



「절대로 알지 못하는 거네...... ......뭐, 오늘쯤은 참을게. 『좋은 이야깃거리』도 생겼고」


「......지휘관, 또 『둘이서』오자~♪」



  쇼핑이 상당히 즐거웠던 것 같다. 57의 미소는 오늘 가장 빛났다.






















  그리고 기지에 돌아와서 며칠 사이, 인형 몇의 기분이 나빠졌다.

  너희들 그렇게 쇼핑가고 싶었던 거냐.



9. 보고서 01 UM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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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고용주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최우선사항으로 주어진 일이, 신인 지휘관 조사라니. 게다가 비밀리에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배속되는 것도 추가.

  일인 이상 거절할 수도 없었지만, 평소와 달라 당황스러운 임무에, 나만이 아니고 404 소대 모두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아니, 9은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여하튼 배속 일정도 이미 결정됐다.

  짐이나 조사용 도구를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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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특별한 문제없이 배속이 끝났다.

  할당된 독실은 4인용으로 404소대가 모여 있다.

  지휘관이 말하기를, 동료와 같이 있는 편이 편할 거라고. 덕분에 상당히 일하기 쉬워졌다. 지휘관에게 감사해야겠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기 소개할 때는 조금 놀랐다.

  우리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리는 없겠지만, 설명은 필요 없다니.

  사람에 따라서는 꼬치꼬치 캐묻고 싶어질 만한 정보도 가진 우리들을, 딱히 걱정하지 않는데? 라고 하면 더더욱 이 일의 의미를 모르겠다.


  첫날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도 없으니, 도청기 설치는 나중에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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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관의 지시에 따르며, 고용주에게 계속 보고하는 나날.

  설치한 지 한참 된 도청기는 오늘도 문제없이 음성을 전송한다.

  도청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은, 방심인가, 여유인가, 애당초 그런 생각조차 없는 것인가. 나는 마지막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도청에 더해 실제로 지내보고 알았던 것이다.


  다른 모두의 의견도 대체로 일치했지만, 9는 조금 불만이었다.


  지휘관은 다정하다고? 이 사회에서 그건 무르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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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관에게 특별히 이상은 없음.

  다만, 요즘 9이 잘 따르는 것 같다.

  원래 그런 성격인 애니까, 일에 영향이 없다면 문제는 없다.


  ......둘의 즐겁게 들리는 목소리가 도청기 너머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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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416이 담당하는 시간대를, 다른 용무로 그녀가 없어서 당분간 내가 맡게 되었다.

  거기서 안 것이지만, 지휘관은 점심식사 후나 휴식 시간에, 자주 노래를 부른다. 416의 보고서에 그 기록은 없었을 터.


  오늘 노래는 어딘가 슬픈 듯하다.

  최근 416이 흥얼거리는 노래와 매우 비슷하다.

  416이 영향을 받은 게 틀림없다. 드문 일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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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부관으로서 하루를 보냈다.


  사무적인 일도 물론 있지만, 지휘관은 어느 쪽이냐면 교류를 많이 바라는 것 같다.

  함께 간식을 먹으며, 잡담을 많이 했다.


  ......평소에도 전혀 만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나 오래 같이 있는 건 처음이네.

  이야기하던 중, 딱 한 번 도청해서 알게 된 내용을 입에 담고 말았다. 내게 있을 수 없는 미스. 지휘관이 신경 쓰지 않아 보여서 다행이다.


  ....그와 있으면, 이상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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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인데 달라진 모습은 없음.


  새로운 일면을 알지 못해서, 조금 『외롭다』.






  ......어라?

  

  어째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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