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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화 【초등학교 편 ⑦ 후편】

 
  ◆



  태초의 대지 아프리카, 그 NGO 의료캠프에 내가 부임하고 난 지 2년 수개월. 아직 짧은 기간이지만,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임상을 경험했다.
  최근에는 갓 부임했을 때에 비해서 조금은 기술이나 정신면에서 성장할 수 있었으려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눈 뜨는 밤이 있었다. 깜깜하고 좁은 독실 안에서, 화악하고 찌는 듯이 더운 침대 위. 온몸에서 땀이 흘러, 마치 시체처럼 차가워진 내 몸을 양손으로 붙들고, 딱딱하고 어금니를 떤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구할 수 없었던 많은 환자들.
  안이하게 자신을 탓하는 것은 그만두고...... 조금이라도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정신 차리고 받아들인다......고는 생각하지만, 우연한 순간이나 꿈속에서 마치 칼로 가슴을 도려내진 듯한 통증을 느낀다. 마음이 부서질 것 같다. 흘러가버린 시간을, 억누르지 못하고 후회한다.
  ――혹시 그 때, 좀 더 다른 접근방식을 썼으면 그 애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혹시 환자의 우선순위를 오인했던 게 아닌가? 애초에 내가 아니라 다른 의사의 기술이라면 그 부모와 자식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여러 생각이 가슴에 흘러넘쳐, 어둠 속에서 홀로 고뇌를 되풀이한다. 내일의 수술을 대비해서 자야한다는 건 알지만, 물결처럼 밀어닥치는 후회가 계속 가슴을 꽉 조인다.


「......사쿠라, 어머니」


  선진국의 고도구명 구급센터조차 10% 이하의 Probability of Survival value(예측 구명률)밖에 없는 증례가 도중에 끊이지 않게 옮기는 일상.
  몸에 큰 창상을 몇 가지 입은(중증 다발 외상) 환자가 동시에 몇 명이나 와서 난처했을 때, 누구부터 그리고 어느 부위부터 처치하는가? 그것은 거의 도박과도 같다. 거는 것은 환자의 생명.
  생명을 짊어지는 공포와 압박이 삐걱삐걱 정신을 침식해간다.


『나, 어른이 되면 엄마 같은 훌륭한 의사가 될 거야!』

『아키라......』


  코 안에서 되살아나는 톡 쏘는 소독액 냄새...... 어릴 적 기억. 의어머니가 무릎베개를 해주면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셨을 때 내가 불쑥 했던 말. 난 의사가 될 거라고 그렇게 말했을 때, 별로 기쁜 표정을 보이지 않았던 의어머니의 표정이 떠오른다.
  그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의사가 된 지금이라면 그 표정의 이유를 안다. 어딘가 난처한 듯, 그리고 슬픈 듯한 표정을 지은 이유를.
   ――어머니도 의사로서, 이 피를 토할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며 매일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라는 걸.


「어머니......」


  결단을 내리지 못해도, 판단이 늦어도, 우선순위를 잘못해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도, 속도가 부족해도――환자는 쉽게 죽는다. 그것은 당장 끊어질 것 같은 가느다란 로프를 건너는 줄타기. 정신을 쥐어짜서, 할 수 있는 한계의 끝까지 최선을 다해도, 눈앞에서 사라져간 생명은 이루 다 세지 못한다.
  내가 의사인 한 틀림없이...... 이 무력감, 자기혐오를 피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음』에는 구한다고 믿으면서 계속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결코 의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지 않는다. 비록 빠듯한 줄타기의 연속이라도, 후회하는 일 투성이었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사쿠라......」


  여기서 무너지면, 사쿠라가 눈을 떴을 때 틀림없이 맞을 것이다. 사쿠라, 그리고 중요한 몇 가지를 버리고 의사가 된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대체 눈을 뜰 소꿉친구를 무슨 낯짝으로 만나야 하지?
  머리에 어머니와 사쿠라의 미소를 떠올리며, 나는 다시 침대로 들어간다. 조금이라도 정신과 몸을 쉬게 해야 한다. 내일, 또 빠듯한 선택이 재촉되는 순간이 반드시 있다. 그 때,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


  신에자키가 쓰러진 장소를 본다. 주변은 약간 평평해서 위험은 없다고 판단.


「신에자키!!」


  큰 소리를 내며 옆으로 달려가지만 대답은 없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보면서, 손목 조금 위――요골동맥――로 손가락을 대어 호흡을 확인한다. 신에자키의 반듯한 얼굴에 묻은 선혈. 하지만 그건 많은 출혈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심장이 움직이고 있는가? 자발 호흡을 하고 있는가? 를 확인하는 게 최우선이다.


「좋아...... 맥은 있어. 하지만!!」


  내 손가락 끝에 닿은 가느다란 손목의 맥. 그것은 미약했지만 두근두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호흡이 분명히 이상하다. 핑크색이었던 신에자키의 입술은 조금 새파래지고, 호흡은 핫핫 하는 느낌으로 얕다.


「신에자키!! 들려?」

「.....」


  아름다운 얼굴을 고통으로 찡그리는 그녀. 머리를 다쳐서인지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다. 가녀린 양 어깨를 들썩이며, 얕은 호흡을 반복하고 있다.
  ......위험하다. 나는 크게 몇 번이나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오른손으로 목을 촉진하면서 왼손으로 그녀의 입을 연다. 하지만 호흡을 방해할만한 이물은 보이지 않고, 목에 뭔가가 찬 상태도 아니었다.


「기도는 통해, 있는데...... 더 넓게 통하는 각도로 움직여볼까? 아니, 안 돼. 머리를 다쳤어, 경추가 손상될 우려가」


  패닉에 빠지지 않으려고 자신의 행동을 확인하기 위해 중얼거리며, 어깨에 멘 가방을 내려서, 빨리 지퍼를 연다. LED 펜라이트, 가위, 붕대, 테이핑 테이프, 껌 테이프, 자를 몇 개 정도, 스포츠용 휴대 산소캔 등을 서둘러 꺼낸다.
  이마의 상처로 보아――출혈은 크진 않지만――실족 도중에 머리를 다쳤던 것이라 추측된다. 지금 당장은 생명에 연관되진 않겠지만, 머리는 절대로 움직일 수 없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경수가 손상되면, 돌이킬 수 없어진다.
  경추를 고정하기 위해 신에자키의 목에 자를 구부린 것이나 주변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써서, 그 부위가 혈관을 압박하지 않게 테이핑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한다. 옮겨도 경추에 머리 부분의 무게가 가해지지 않도록.


「좋아, 바로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옮긴다.」


  이곳에서 리사이클 센터로 달려가서 연락, 어른의 힘을 빌려 그녀를 차에 옮겨 태운다. 거기서 산길을 빠져나가 어머니의 진료소까지 20분 정도인가. 여기서 움직이는 시간을 포함하면 총 30분은 걸릴 것이다.
  심장은 움직이고 있다. 출혈은 많지 않지만,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머리에 상당히 강한 충격을 받았을 우려가 있다. 급성경막외혈종일 가능성도 있다. 빨리 머리 부분을 CT스캔해야 한다.
  아니 하지만......하고 발을 멈췄다. 무언가가 나를 잡아 세웠다. 걱정되는 것은 호흡. 이 증상은......


「선택해야 한다...... 어떻게 하지?」


  여기서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바로 시설로 달려가서 어른을 불러오는 것. 또는 지금 당장 신에자키를 진단하는 것. 어느 쪽이든 헤맬 시간은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시간만은 지나간다.


「아니, 역시 호흡이야. 무엇보다도 호흡을 우선, 이 증상은 위험해.」


  급성경막외혈종일 수도 있지만, 우선 호흡이 먼저다. 머리라는 것은 의외로 튼튼해서, 시간 유예는 있다. 구명에서 가장 우선되는 ABC, Airway(기도확보), Breathing(호흡), Circulation(심장마사지)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평소 무의식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호흡이라는 행위. 그러나 호흡이 정지하고 단 5분만 지나도 뇌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아니, 그 전에 호흡이 멈추면, 몇 분 이내에 심장정지가 병발된다.
  CPA(cardiopulmonary arrest) 심폐 정지상태가 되면 인간은 3분 정도밖에 견디지 못하고, 목숨은 살아나도 뇌에 평생 사라지지 않는 후유증이 남는다.
  보통 아이라면 어른을 불러 병원에 옮기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다른, 다를 것이다. ......게다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의 생명은 유지될 것인가?
  나의 이 지식은 무엇 때문에 있지? 사람을 구하기를 간절하게 바라기 때문이 아닌가.


「신에자키! 미안, 셔츠를 자를게!」


  가위를 써서 주저 없이 그녀의 하얀 프릴 셔츠 그리고 그 아래, 반들반들한 하얀 속옷을 자른다. 일일이 버튼을 풀 시간은 없다. 드러나는 옅은 핑크색 브래지어에 조금 동요하면서 그것마저 재빨리 잘랐다.


「......눈에 띄는 외상은 없어. 다만 우측 흉부에 내출혈이 있다. 그리고 땀이」


  그녀의 새하얀 피부에 땀이 맺혀 있다. 호흡은 처음과 변함없이 얕고 빠르다. 이제 곧 호흡정지가 될 것 같은 기색. 그 원인, 신에자키가 이토록 괴로워하는 원인은......
  초조한 마음을 달래듯 침을 삼키며, 양손을 그녀의 양 옆구리, 폐 위 쪽으로 대어간다.


「젠장...... 우흉부에 피하기종이 있어. 설마 이건」


  신에자키의 큰 유방 옆에 댄 내 손가락 끝에 닿는 독특한 감촉. 피와는 전혀 다른,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옴폭옴폭한 느낌――피하기종――피부 아래에 공기가 비집고 들어가, 마치 종기처럼 되어 있었다.
  이 증상은 상처 같은 곳으로 공기가 비집고 들어갈 때도 발생하지만, 눈에 띄는 창상은 없다. 그렇다면 그녀의 호흡이상과 관련지어 생각하면......
  청진기가 없는 게 안타깝다. 분해서 이를 갈고 싶어지는 마음을 참으며, 그녀의 가슴에 귀를 대고 손가락 끝으로 두드리면서 타진해간다. 내 손가락 끝에 반응해서, 그녀의 폐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반향음...... 그것을 듣고 놓치지 않게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우폐가, 틀림없어...... 타박에 의한 긴장성 기흉」


  ――기흉은, 간단하게 말하면 폐에서 공기가 가슴 속으로 새기 시작하는 병이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지금 신에자키에게 일어나는 것은 외상성일 것이다. 실족했을 때, 우흉부에 강한 충격을 받은 건가.
  가까이 있는 스포츠용 산소캔을 열어 그녀의 새파래진 입술에 꽉 댄다.
  기흉일 경우 무리하게 공기를 넣는 인공호흡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가....되지만, 고농도의 산소를 자발적으로 마시게 하는 것은 위안 정도의 효과가 있다. 의료용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스포츠용 산소캔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래서는, 어머니가 있는 곳까지도 무리......인가?」


  긴장성 기흉은 극적으로 진행된다. 빨려 들어간 공기는 신에자키의 우폐 밖에서 계속 끝없이 부풀어 올라, 곧바로 정상인 좌폐만이 아니라 심장까지 압박한다. 어머니의 진료소까지 30분...... 그 사이에 긴장성 기흉에 의한 압박으로 심장정지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젠장!!! 어쩌지?」


  우물쭈물할 시간은 없다. 여기서 시설에 어른을 부르러 가도,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신에자키의 생명을 잃게 되고 말 것이다. 눈앞에서 자꾸자꾸 새파래져가는 그녀의 얼굴.
 만약 여기가 병원에, 손에 16게이지(약 1.2mm)의 주사바늘이 붙은 주사기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흉강천자를 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
  ――흉강천자――우선 쇄골 중앙에서 바로 밑으로 선을 그어, 바로 아래에 있는 제2 늑간 틈새에 바늘을 찔러 넣는다. 흉벽을 넘어 주사기로 폐와 가슴 틈새에서 고인 공기를 뽑아내는 의료기술.


「뭔가, 뭔가 없을까?」


  신에자키의 아름다운 얼굴은 새파래져, 스포츠용 산소를 거의 들이마시지도 못하게 되었다. 망설일......망설일 시간은 없는데, 아무래도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여기서 우물쭈물할 거면, 바로 어른을 불러야 한다. 하지만, 주사기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차로 출발해서 어머니가 있는 진료소까지 신에자키가 버틸지 어떨지? 안 돼, 늦는다. 기적을 바라는, 너무도 확률이 낮은 선택이다.
  가방 안을 휘저어, 뭔가 없을까? 하고 필사적으로 계속 생각한다.
  죽는다......바로 아까 전까지 이렇게 아름답고, 침착하고 여유로웠던 그녀가. 미끄러져 떨어지려는 나의 양 손을 잡아, 예리한 시선으로 걱정해준 신에자키가......죽는다.
  두렵다, 생명의 선택, 결단이 터무니없이 두렵다. 그리고 신에자키가 죽는 게 무섭다. 어차피 무섭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길을.


「젠장, 안 돼. 신에자키!! 절대로 죽게 하지 않아,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가방 속에서, 어디서나 팔고 있을만한 약, 메스, 작은 라디오 펜치, 알콜――도서관에 있던 손가락용 살균 알코올을 채운 것――이 들어간 플라스틱제 물병, 작은 드라이버, 그리고...... 우유팩에 붙어 있던 빨대를 꺼낸다.
  그것들을 청결한 거즈 위에 두고, 촤아악하고 병에 든 알코올을 전부 뿌린다. 내 양손에도 끼얹어 임시적으로나마 살균을 마쳤다.


「미안해, 신에자키」


  그녀의 우측 흉부, 쇄골의 정중앙에서 아래로 기세 좋게 갈색 약을 바른다. 갈색 약의 성분은 포비돈 요오드――외과 수술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소독약과 완전히 같다――이다.
  살리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각오를 다지며, 요오드의 살균작용이 발휘될 때까지의 30초간을, 메스를 든 채 가만히 기다린다.


「호흡미약......」


  핫핫하는 느낌으로 가까스로 계속되던 그녀의 호흡. 그러나 그것은 내 눈앞에서 순식간에 약해져간다.


「25, 26, 27......」


  하지만 아직 그녀의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 왼손가락 끝에 닿은 신에자키의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 겨드랑이 동맥은 약하지만 확실히 맥박치고 있었다. 아직 살아있다. 그녀의 몸은 살기위해 전력으로 발버둥치고 있다.


「29, 30! 수술개시!!」


  그대로, 그녀의 몸을 억누르고 주저 없이 오른손에 든 메스를 휘두른다.


「――으으읏!!」


  힘차게 벌떡!! 하고 튀어오르는 신에자키의 몸. 격통이 퍼져가는 것이리라. 억누른 내 왼팔 너머, 왼쪽 어깨에 손톱을 세운다. 하지만 이것은 좋은 징조다. 통증에 반응한다는 사실....... 그것은 경추에 상처가 없는 증거이고, 무엇보다도 육체가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는 거니까.
  나는 왼쪽 어깨에 그녀의 손톱이 파고들어, 우지직 피부가 찢어져도 상관하지 않고 단번에 메스를 움직인다. 오른쪽 유방 근처를 약간 절개해서, 제2 늑간격까지 드라이버가 닿기 위한 터널을 만들어간다.
  그대로, 라디오 펜치로 절개한 부분을 열어서 고정......


「아프겠지만...... 그래도, 절대로 죽게 하지 않을 거니까!!」


  가는 드라이버에 빨대를 씌운 것을, 기세 좋게 찔렀다. 지지직하고 근육이나 조직이 저항하는 감각...... 그것이, 갑자기 가벼워지는 지점――흉벽 너머, 폐에서 빠져나간 공기가 고인 곳――을 향해서.


「우으으으으읏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신에자키, 신에자키!! 힘내! 힘내!!」


  시간으로 따지면 1, 2초겠지만, 마치 5분같이 느껴진 고통의 순간은, 그러나 갑자기 끝났다.
  스윽....... 저항이 가벼워져 닿은 반응을 느끼고 빨대만을 남긴 채 드라이버를 뽑아간다. 그 순간, 빨대에서 기세 좋게 공기가 슈우슈우하고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신에자키의 호흡이, 깊고 확실히 재개되어간다. 입에 씌운 산소캔을 자발적으로 들이마시고 있다.


「좋아, 흉강천자..... 완료!」


  약국에서 산 항생제가 든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절개한 부분 앞을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 찔러 넣은 상태인 빨대가 구부러지지 않게, 세심한 주의를 담아 붕대를 감는다.
  그 사이에도, 그렇게나 새파래졌던 신에자키의 안색이 점점 회복되어간다. 뺨에 붉은 빛이 돌고, 온화해져서 평상시의 호흡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우선, 호흡에 연관된 위기는 벗어났다고 생각된다.
  수술 중에 느끼던 통증도, 단단히 고정된 지금은 별로 느끼지 않을 것이다. 뭐, 서투르게 손댔다가는 격통이 느껴지겠지만...... 하지만, 신에자키의 몸이 통증을 느끼고 반응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징조다.


「좋아, 나머지는...... 신에자키, 신에자키. 들려? 들리면 눈을 떠봐!!」

「우으...... 파, 파파야?」


  맥박, 호흡의 안정을 확인. 경부 교감신경이 마비됐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동공반사 테스트를 하려고 LED 펜라이트를 쥐고 확인. 그럭저럭 괜찮아 보인다...... 확실히 반응이 있다. 호소에도 반응하고 있고, 약간 의식――지금이 언제고, 여기가 어디인가?――에 혼란이 있는 것 같지만, 지금 바로 위험하다는 건 아니다. 사지의 마비 같은 것도 없어 보인다.
  후우......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 때.


「아키라, 어디야?」

「코이!? 코이, 마침 잘 됐어! 여기야! 선생님과 어른을 몇 명 불러와. 신에자키가 다쳤어.」

「어? 무슨.....아, 우왓!!」


  바스락바스락 나뭇가지를 제치고 모습을 나타낸 친구. 여러 가지로 바삐 돌아다녔는지, 오렌지색 티셔츠는 땀에 젖어 코이의 맨살에 붙어있다. 그리고 나와 신에자키의 모습이 보였는지, 놀란 듯이 입에 손을 대고 말문이 막혀 있다.


「아키라!? 왼쪽 어깨! 뭐, 뭐야 그거. 피투성이잖아!! 괘, 괜찮아?」

「뭐? 무슨 말을...... 됐으니까 선생님을」

「어? 공주까지 쓰러지고......근데, 우왓, 붕대! 거, 거기에 크, 큰...... 그게 아니라 왜 공주는 옷을 안 입은 거야」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돌리고, 다른 곳을 보며 얘기하는 코이. 그 말로 나는 조금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렇다...... 신에자키는 지금, 상반신이 알몸(오른쪽 가슴은 붕대가 감겨 있지만)으로, 그......초등학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훌륭한 왼쪽 가슴이 노출되어 있고. 예쁜 연분홍색 돌기까지 내 시야에 확실히 들어와......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촉진할 때는 그 부드럽게 부푼 곳을 손댔을 터......


「우와아아아앗, 어, 어쩌지? 그래, 우선 내 티셔츠를......」

「꺄악! 아, 잠ㄲ...... 앗...... 바보 아키라! 내, 내 앞에서 벗지 마! 아, 우와아앗, 정말」


  코이의 비명을 흘려보내며 티셔츠를 벗어서, 신에자키의 가슴에 걸친다. 그리고 내가 잘라낸 하얀 프릴셔츠와 껌 테이프로 붙였다. 그 때, 욱신욱신하고 왼쪽 어깨부터 팔까지 찌릿한 통증을 느낀다. 보면, 거기에는 신에자키의 손톱자국이 또렷이 남아 있었다.


「그래... 아플 거야. 그래도, 아무튼 어떻든 상관없어. 그것보다 코이, 부탁이니까 빨리 선생님을 불러줘. 신에자키가 실족한 것 같아서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해.」

「아, 으, 응. 알았어...... 가, 갔다 올게.」


  힐끔힐끔 내 가슴을 본 후, 더 없을 만큼 새빨간 얼굴로 달려가는 코이. 그 뒷모습을 배웅하고, 나는 널려있는 도구들을 전부 가방에 넣는다.
  우선, 지금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신에자키의 맥을 만일을 위해 손대면서, 그녀의 이마에 흐르던 피(거의 멈췄다)를 물티슈로 닦으려고 가까이 갔다.


「파파? 우으, 추워.」

「미안해, 신에자키」


  이마의 상처를 물티슈로 조심스럽게 닦고 있을 때, 눈을 살짝 뜨고 중얼거리는 그녀. 의식이 조금 뚜렷하지 않은 걸까. 나를 아버지로 오인한 것 같아, 매우 부드러운 미소로 올려본다. 아니, 그 뿐 아니라 어리광부리듯이 손을 뻗어, 그 희고 긴 손가락을 내 손가락에 휘감았다.


「시, 신에자키!?」

「파파...... 역시 내 생일 축하하러 와줬어. 기뻐......정말, 정말 기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미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비춰진 신에자키의 그 표정은 매우 아름다워서, 나는 무심코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킨다.
  하지만, 신에자키의 미소는 보고 있는 동안에 사라지고, 그리고 외로워서 참을 수 없는 슬픈 표정이 되었다.


「아아..... 파파. 나 말이야, 나...... 매일 노력하고 있다구? 매일, 굉장히 괴로워서...... 울고 싶어서 참을 수 없어. 그래도...... 그래도 노력하고 있어. 매일 일을 참고 노력하던 파파의 딸인걸.」


  그녀의 얼굴...... 그것은 평소 같이 딱딱한 표정이 아니고, 마치 어린 아이. 눈동자에 눈물을 살짝 띄고, 내게 필사적으로 말을 건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고, 그저 말이 없는 채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니까......그러니까...... 부탁이니까 돌아와줘 파파. 이제 일 때문에 늦어도 뭐라고 안할게. 또 내 생일을 잊어도 화내지 않을 거니까. 공부도 좀 더 노력할게. 연습도...... 부탁이야......파파. 나, 나......힘들고, 외로워서 못 참겠어. 부탁......부탁이야, 파파」

「신에자키......」


  어린 아이 같이 앳된 소리. 내 가슴이 꼭 조이는 것처럼 아프다. 사쿠라와 알게 되기 전, 홀로 어머니의 귀가를 계속 기다린 매일 밤을 떠올린다. 저것과 같은 외로움을...... 아니, 양가의 자녀라는 압박이 있는 만큼, 신에자키 편이 괴로웠을 것이다.
  거기에 지금, 그녀에게는 사이가 나쁘다고 소문난 어머니밖에 없다. 언뜻 보기에 완벽해서 매우 다재다능한 그녀는, 그러나 위험할 정도로 빠듯하게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에자키, 괜찮아. 친구가 되자? 지금부터는 나도 같이 힘낼 테니까.」


  들리는지 어떤지도 알지 못하고, 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외친다. 눈앞에서 울고 있는 소녀, 그 눈물을 멈추고 싶어서. 손을 세게 잡아 상냥하게 피로 더러워진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그런 내 말이 닿았는지, 그녀는 눈물을 띄우며, 허약한 미소를 보였다.


「......그래도 말이야, 요즘 신경 쓰이는 사람이 생겼어. 후후, 파파랑 조금 닮았으려나. 한 번 정한 목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아가는 서투른 사람. 얄밉다고 생각했었을 텐데......하지만, 나만 노력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가르쳐 줬어. 요즘, 그를 생각하면 조금..... 외롭지 않게 돼.」


  그녀의 뺨을 타고 떨어지는 눈물을 천천히 닦는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여러 명의 당황스러워 보이는 발소리.


「파파...... 너무 좋아. 또, 만나러 오기야, 고마워.」

「신에자키, 널 구할 수 있어서...... 나는, 정말로 기뻐.」


  마지막에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구조하러 온 선생님들을 큰 소리로 계속 부르려한다. 하지만 체력을 너무 소모한 탓인지, 휘청휘청하고 나무에 기대고 말았다. 머릿속이 끓어오르는 것처럼 뜨거워서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다.


「구할 수 있어서......다행이야.」


  질질하고 나무 밑에 주저앉는다. 졸리다...... 엄청 졸리다. 가방을 단단히 껴안은 채, 천천히 눈동자를 닫아간다.
  스르륵 어둠 속으로 의식이 끌려간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코이와 당황한 어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잠 속으로 떨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