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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2ndboost.tistory.com/403

 

 

 

「요즘 생각난 건데, 아이돌을 그만두면 합법적으로 프로듀서랑 사귈 수 있지 않아?」

 

「좋아, 그대로 인연 끊고 바이바이다」

 

「너무하잖아!? 그리고 농담이니까 가볍게 넘기라구!」

 

「넘겼잖아, 나와 너의 이별이라는 형태로」

 

「그런 건 싫어」

 


  아우성치는 카렌과 표정 변화 없이 담담히 대답하는 프로듀서는 평소의 복고풍 찻집에서, 오늘도 휴식이다.
둘 다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휴식은 충분히 취한다.
무리는 하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는다. 몸이 자본인 일을 하다가 넘어져서는 본전도 없다.


 

「역시 내 취급이 너무 대충이잖아.」

 

「대충 아니거든. 대충이었으면 비는 시간에 레슨 시킬 거라고. 열혈 프로듀서라면 좋은 미소로 레슨 하러 데려갈 거라 생각해.」

 


  땡땡이치는 아이돌을 보고, 원래대로면 레슨에 데려가겠지만, 프로듀서는 그리 하지 않는다.
평소의 레슨을 제대로 받고 있는 이상, 추가로 레슨시킬 생각은 없다.
일하고 싶지 않다는 말버릇이 있는 후타바 안즈처럼 평소부터 게으름부리는 애라면 모를까.
그녀와는 성격이 잘 맞고, 일하고 싶지 않다는 동맹을 짠 사이지만, 역시 다른 아이돌에게 그녀를 본받으라고 할 수는 없다.
저건 Only One이다. 흉내 내려고 해봤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싫은데」

 

「평소, 나름대로 하고 있으면 쉬어도 돼. 위험한 짓은 하지 않는 주의라서 말이지. 호죠, 무턱대고 무리한 짓도 지금은 해선 안 된다. 체력을 엉뚱한 곳에 쓰면 큰 손해를 볼 거야.」

 

「열정적으로 일한 결과, 정신이 무너진 사람이 말하니까 설득력이 있네.」

 

「그렇지? 뭐 그렇게는 말해도, 나도 일은 최소한도는 하고 있으니까. 그 이후, 일하는 척하는 건 엄청 자신 있어. 난 더는 망설이지 않아.」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쓰레기 같은 발언인데, 괜찮아?」

 

「괜찮아, 몸과 마음이 부서져서 일할 수 없게 되는 것보다는」


 

  덧붙여서, 카렌은 입으로는 푸념하면서도 레슨을 해내고 있다.
처음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했지만, 지금은 레슨 때는 성실하다.
정해진 시간 안에는 열심히 한다, 그 중요함을 이해했을 것이다.
원래, 재능 있던 소녀다. 레슨을 하면 두각을 보일 건 다 알고 있었다.
트레이너가 내린 할당량을 한 이상, 프로듀서로서 불만은 없다.
그리고, 프로듀서도 적당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지만, 최소한의 일은 제대로 마치고 있다.
물론, 급한 용건이 아니기도 하고, 다른 사무원이나 프로듀서에게 돌릴 수 있을 만한 것들은 전부 떠넘기고 있지만.


 

「그렇다면 뭐 괜찮으려나. 프로듀서가 길거리에 나앉으면 내가 기를 거지만. 톱 아이돌이 되면 그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내가 해고되는 걸 전제하지 마. 그리고 너한테 길러진다는 건 대단히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그거야말로 무리다.」

 

「왜? 체면이 신경 쓰인다거나 해?」

 

「아니, 전혀. 길러진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일하지 않게 되는 거라면 물론 OK야.」


 

  자연스러운 쓰레기 발언이지만, 이건 프로듀서의 본심이다.
자진해서 일하고 싶어 하다니, 정신상태가 이상한 게 틀림없다.
솔직히, 이 프로듀서라는 직업도 바쁨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전직하기 귀찮고 모처럼 업무를 대강 익혔기 때문에 아깝다든지.
그런 여러 가지 속된 이유가 있어서 아직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톱 아이돌이 되었다 해도, 평생 놀면서 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언젠가 돈은 바닥나고, 그렇게 됐을 때를 생각하면 무섭지. 그래서 나도 해고되지 않을 정도로는 일하는 거야.」

 

「살기 힘들구나.」

 

「그런 거야. 결국은 현상유지하며 보기 흉하게 발버둥 칠 수 밖에. 앞이 캄캄해서 싫어져.」

 

「프로듀서, 귀여운 여자애 앞에서 그렇게 시꺼먼 말을 하는 건 좋지 않다구.」

 

「귀여운 여자애는 매일 호텔 가자고 유혹하지 않거든. 너무 까져서 놀랠 노자다, 다른 아이돌을 본받아라.」

 

「뭐어?! 까진 거 아니거든! 전에도 말했지만, 프로듀서한테 만이야!」

 

「그건 그거대로 위험하다만. 좋아하는 남자에게만이라 해도, 너무 적극적이라 무서워.」


 

  아주 조금은, 눈앞에서 웃는 소녀의 미래를 보고 싶은 프로듀서다운 생각도 있다.
일단, 프로듀서로서 어느 정도는 보살펴야겠지만, 솔직히 이제 보지 않아도 좋을 리는 없나.


 

「너, 아이돌로서의 자각이 없잖아, 팬이 들으면 울 거라고.」

 

「아니, 있거든. 우선 이미지 관리는 확실히 하고 있고. 팬한테는 엄청 성의 있게 대하니까. 아이돌 활동, 열심히 하는 건 프로듀서도 알고 있잖아?」

 

「확실히. 처음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거기에 프로듀서와의 관계도 절대 들키지 않게 꼼꼼히 꾸미니까, 그치?」

 

「그렇게 귀엽게 말해도 안 된다니까. 계집애의 얕은 꾀가 통할 거라 생각하지 마. 애초에, 고백 거절이니까.」

 

「날이 바뀌어도?」

 

「하루도 안 돼서 바뀌겠냐. 만약의 경우도 없어.」

 


  무엇보다도, 그런 짓을 하면 이 고약한 소녀가 뭘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입가를 へ자 모양으로 만들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은 상당히 그럴 듯한 그림이 되지만, 속아선 안 된다.
겉은 완성됐지만, 속은 질척질척이다. 틈만 있다면 기정사실,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녀 앞에서는 할 수 있는 한 약점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철칙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까지나 가라앉아가는 바닥없는 늪처럼, 발이 얽혀들고 만다.


 

「매일, 언제나 프로듀서한테 덮쳐져도 좋게 준비하고 있는데」

 

「쓸데없는 준비군.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자, 그게 나아.」

 

「우리들의 관계가 나아가기를 원하는데」

 

「하하하」

 

「우와-, 국어책 읽기 웃음소리. 짜증나.」

 


  오늘의 카렌은 머리카락을 한쪽 묶은 포니테일의 활발한 스타일이다.
복장도 포토 프린트 티셔츠에 미니스커트이고, 도저히 병약한 소녀로 보이지 않는다.
아이돌답게, 심플한 코디로도 보기 좋은 건 프로듀서로서의 편애가 섞인 걸까.


 

「앗, 오늘 속옷은 아래위 다 검은 색인데」

 

「그 보고의 의미는?」

 

「흥분할까 해서」

 

「..............」

 

「그 차디찬 눈은 그만.」

 


  그러나, 발군의 용모는 그 입에서 나오는 유감 발언에 의해 부정된다.
아이돌이 할 말로는 좀...이라 생각하고 싶어지는 유감 발언도 그렇고, 프로듀스를 잘못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억지로라도 열혈 프로듀서한테 떠넘겨야 했나.
무엇보다도, 카렌이 투정부리며 거부했을 것이니, 그런 도망갈 길은 없었을 테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는데, 전혀 동요하지 않다니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지 않거든. 오히려, 그러는 게 프로듀서로서 어떨까 생각해.」

 

「에~ 그럼 다른 아이돌, 사무원이나 특별히 관심 있는 사람이 접근해도 같은 말을 할 거야?」

 

「사내 연애는 하고 싶지 않아, 틀림없이 귀찮아.」

 

「딱딱하네. 와쿠이 씨는 엄청 미인이라 끌리지 않나 경계했는데.」

 


  여기서 화제로 나온 와쿠이 루미라는 여성은 직장 동료이자 아이돌이다.
당연히 아이돌을 할 만큼 미인이고, 사무 일 등도 할 수 있는 하이퍼 유능 우먼.
프로듀서도 일을 몇 번인가 한 적이 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그 자세에 전율한 것이다.
눈앞의 가짜 쿨 아이돌처럼 쿨 계열로 파는 것 같은데, 정말 그녀를 나타내는 말에 딱 맞다.
카렌도 그녀를 좀 더 본받아 의젓했으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한 주문이겠지.
약점조차 없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 루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여성은 얼마 안 된다.

 

 

「그 사람 너무 유능해서, 내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라고. 그보다 날 의식도 하지 않을 거야, 틀림없이.」

 

「그건 너무 움츠러든 거 아니야?」

 

「사실이니까. 너는 어쨌든, 난 단순한 월급쟁이 일직선 루트인 프로듀서라고?」

 


  엄청,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다.
프로듀서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수상쩍은 시선을 보내도, 대답할 건 이것밖에 없다.
내가 아이돌에게 사랑받는 건 있을 수 없다.
카렌조차 이렇게 말로 듣지 않으면 믿기지 않는 것이다, 다른 아이돌이 고백이라도 하면 쇼크로 쓰러진다.

 


 

「이 벽창호! 프로듀서를 노리는 라이벌은 의외로 있어.」

 

「어...... 기가 막힌다...... 남자 취미 너무 나쁘지 않아......? 어떻게 된 거야, 아이돌......」

 

「그렇게 진지하게 낙담하지 않아도 되잖아!」

 

「싫다니까, 모르는 동안 노려지고 있으면 무섭잖아...... 함정은 경계하는 게 당연하지.」

 

「아이돌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허니트랩」

 

「너무해. 좀 더 믿으라구.」

 


  위가 아파질만한 건 전력으로 사양이다.
프로듀서라는 직업상, 머리를 아프게 할 것들이 많아서 더 이상 늘어나면 구급병원행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굉장히 몰려, 그 일보직전까지 갔으니 웃을 수가 없다.
지금의 미온수 같은 일상이 이어졌으면 한다.
러브도 코미디도 필요 없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생명력은 이미 사라졌다.


 

「보통은 의심하지. 예쁜 여자애가 접근하는 건 허니트랩이라고. 죽음을 각오한다는 말이야. 피해도, 또 오잖아? 건조하게 대응해도 안 될 거다.」

 

「그렇게까지 싫어하다니 뭔가 트라우마라도 있어?」

 

「아니지만. 좋은 얘기에는 뒤가 있다, 그 정도 생각은 해. 그래서 엄청 깨졌지. 좀 더 바보처럼 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범인이, 어리석다.
무엇을 바란다면,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신뢰라든지, 실적이라든지. 손에 든 뭔가를 지불하고, 통증을 수반하는 길을 나아갈 만큼, 프로듀서는 강하지 않다.

 


「그치만, 난 허니트랩이 아닌데, 그런 안심되는 담당 아이돌이 고백했어. 이러면 사귈 수밖에 없지? 와! 나도 마침내 남친이 생긴 거야」

 

「확실히 넌 절대로 허니트랩이 아니지. 그랬다면 처음의 깔보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을 테니. 너, 진짜 내가 아니었으면 단번에 레드카드 퇴장이었어. 그 때 위장해서 열의 게이지가 높았던 나와 만날 수 있었던 기적에 5백억 번 감사해. 그리고, 죄송합니다, 무리입니다. 담당 아이돌과 교제하는 프로듀서라니 너무 위험합니다.」


「......이제, 문맥 무시한 거절이 되어버렸어.」

 


  그리고, 카렌에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평생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의 진심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둘이 사귄다 해도, 파탄이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고백을 받아들일 수 없다.
자진해서 고통스러운 길을 걷게 하는 건 본의가 아니고, 그녀의 시야가 좁은 지금, 그걸 자신이 빼앗아 취하는 건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미룸――도망이라는 건 알지만)


  서로의 납득을 타협의 경계선에 싣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한숨을 내쉬며, 프로듀서는 오늘도 웃는다.
그 힘 빠진 마른 미소 속에, 습기 찬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후타바 안즈】

일하고 싶지 않은 계열 아이돌. 프로듀서와의 만남은 남자 화장실, 뭔가 이상하다.
프로듀서와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동맹을 짰기 때문에, 사이가 좋다.
프로듀서의 담당 아이돌이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운명에 있는 슬픈 소녀.

 


【와쿠이 루미】

유능의 두 글자가 어울리는 프로듀서의 동료이자 아이돌.
곤란할 때는 대체로, 그녀에게 의지하면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덧붙여서, 프로듀서는 의식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의식하고 있다.
원래, 그녀는 동료의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타입이므로 당연했다.

1. 호죠 카렌이 성가시다

2018.04.15 07:27 | Posted by 2ndboost

https://syosetu.org/novel/136394/

 

 

   



 

 

 

아이돌 프로듀서는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하다.


그것은 이 업계에 들어오고 나서, 몸으로 느낀 것이다. 영업은 전력전개, 주변인들에게 여러모로 배려하는 건 당연히 갖춰야 할 능력이다.

거기에 적당한 나이의 소녀에게 비위 맞추기. 동년대여도, 아이돌인 이상 스스럼없는 태도는 허용되지 않는다.

, 더는 일하고 싶지 않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던 것인가.

이대로는 정신에 병이 들어 퇴직 루트 일직선. 뭐라도 해야 한다고, 마음의 평온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프로듀서는 이제 세세하게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톱니바퀴 같은 일과면 됐다고.

그리하여 며칠간. 그는 일은 정말 성실하게 하고, 대외적인 대응도 착실하게 하지만 내부 사람들에게는 본성을 보이게 되었다.

부드러운 대응은 보이지 않고, 그래서 사람들이 떨어져 가면 그것까지라는 것이다.

이리하여 비위 맞추기도 본성 숨기기도 그만두고 건조한 대응을 추구하는 프로듀서는 훌륭히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돌한테는 친절하게 대하는 게, 뭐 요즘 풍조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난 더는 귀찮아, 피로가 극심하게 겹쳐서 연기하는 건 그만뒀는데

 

그래도, 내 취급이 너무 대충대충 아니야? 그보다 진짜 캐릭터가 너무 달라서 아직도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그렇게 불만스럽게 말하는 사람은 담당 아이돌인 호죠 카렌이다.

그가 처음으로 프로듀스한 아이돌인 그녀는 당연히 프로듀서가 비위를 맞추던 때도 잘 알고 있다.

옛날과는 정반대라고도 할 수 있는 그 태도를 보고, 우와 하고 기막혀 했던 것도 새로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 자체는 어느 정도 제대로 하고 있어서 불평할 순 없다.


 

, 가면을 쓰기도 했으니까. 들키지 않게 필사적으로 말이지. 그래서 지쳤어. 이제 와서는 출세 길에서 확실히 멀어지기도 했고. 일도 평균만 하면 상관없다는 분위기고.

 

아니아니아니, 그건 그만두라고. 일단은 나, 탑 아이돌을 목표하고 있으니까.

 

일단이라고 하지 마. 진짜로 그렇다고 말해라.

 

그치만, 내 성격이 아니니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늘도 평소대로 아이돌을 따라 영업 중인 둘은 휴식시간이며 어떤 복고풍 찻집에 있다.

현재 계절은 여름. 게다가 쾌청한 하늘은 햇볕을 가리지 않고, 땅에 쏟아지게 한다.

쪄버릴 것 같은 더위를 앞에 두고, 일단은 업무 중인 그들이지만, 태도는 완전 무기력하다.

기진맥진, 만신창이. 더는 어디도 갈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다. 이런 상태로 일을 빈틈없이 하라니 무리다.

그러니 일단은 쉬자. 아무리 꾸며봤자, 게으름이 뼛속까지 내장된 둘이 합의에 이르는 것은 빨랐다.

 

 


어쨌든 일은 대충하지 마.


 

대충 하는 건 아니라고. 단지, 전력전개가 아닐 뿐. 항상 하이페이스로 일하는 건 이제 하고 싶지 않고.


 

그리하여 지금은 이렇게 사람 없는 찻집에서 시원한 공기에 잠겨있다는 것이다. 프로듀서가 찾아낸 땡땡이 스팟인 이 찻집은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사람이 오지 않는다.

점장인 여성은 미인인데 왜 그럴까 의문으로 생각하지만,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더 이상 생각에 잠겨도 별 수 없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외부 시선이 별로 오지 않기 때문에 잘 쓰고 있긴 하지만.

 


그건 호죠한테도 해야 할 말이다. 항상 퍼포먼스 전개로 일을 해내는 건 좋지만, 컨디션 나빠지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굳이 따지자면, 아이돌이 칠칠치 못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드물다고 한 마디 말씀드리고 싶지만, 말해도 쓸데없다는 건 알고 있다.

게을러질 땐 끝까지 게을러지는 사람이 호죠 카렌이다.

내가 보는 앞에서는, 모 니트 아이돌인 후타바 안즈와도 승부를 벌일 정도로 그녀는 칠칠치 못해진다.

 


그것보다도, 아무리 보는 눈이 없다 해도, 외간 남자 앞에서 그런 모습 보이는 게 아냐. 꼬시는 거냐.

 

, 바로 근처에 러브호텔 있는데, 어때?

 

머리에 사랑 꽃밭 핀 병약녀가 꼬셔도 곤란하고, 너 일단 아이돌이잖아. 정상을 목표하는 녀석이 그래도 되는 거냐.

 

들키지만 않으면 문제없고, 이런 말을 하는 건 프로듀서한테 만이니까 오케이 아냐?

 

오케이 할 요소가 전혀 없다만.


 

땀을 떨어뜨리며, 고혹적인 미소는 띠는 그녀는 마치 무당거미와 같다.

옅은 녹색 캐미숄에 데님 팬츠라는 노출이 좀 많은 모습은 어찔어찔한 매혹을 자아내고 있다.

사냥감을 핥고는, 먹어치우는――악녀.

나처럼 시원찮은 프로듀서에게 보일 표정은 아니다.

 


그나저나, 장사 도구에 손대는 상인이 있을 리 없잖아.

 

............너무해

 

왜 거기서 글썽이는 건데

 

, 그런 식으로 보고 있었던 거야? 도구라니, 너무해......

 

그 이외에 어떻게 보라는 건데, 잠꼬대도 적당히 해두라고.


 

흑흑하고 표정을 흩뜨리고, 숙이는 카렌에게 프로듀서는 할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차피 평소의 가짜울음일 테고, 이런 대화도 몇 번째니까 특별할 것도 없다.

아이돌과 프로듀서. 우리들의 관계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연애? 당치도 않다. 담당 아이돌에게 손대면 즉결처형 무직행이다.

무엇보다도, 그 초록 사무원 님이라면 이 정도의 스캔들은 은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프로듀서 님의 싸늘함에 살 이유를 잃었습니다, 죽습니다.

 

그런 이유로 죽는다면, 난 널 환멸해서 성묘에도 안 갈 건데

 

역시 그만둘래, 사는 건 최고!

 

변덕스런 사망 선언이구만......


 

그러니 이걸로 좋다. 우리들은 지금 관계인 채면 된다.

섣불리 손대서 화상 입으면 큰일이다.

그녀는 세상을 너무 모른다. 지금까지 병약해서 봐온 세상이 너무 좁다.

나 같은 것보다 좋은 남자는 산처럼 쌓인 사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

건조한 대응이 되고 나서 나름대로 여러 사람이 떨어졌지만, 이 소녀는 내 옆에 아직 남아주고 있다.

그건 몹시 기쁘지만, 연애가 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너도, 그런 구애는 학교 남자한테 해라. , 아이돌이니까..... 바로 용인할 순 없겠지만, 그쪽이 건전하잖아?

 

나 말고 친한 남자가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야. 다시 생각해봐.

 

ーーーーーー

말꼬리를 늘려도 안 돼

싫어!!!

 

말투를 세게 하라는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고!?


 

그녀는 날 보고 있다. 반대다, 자신만 보고 있다.

주변을 보지 않고, 자신만 계속 보고 있다.

이게 반의 멋진 남자애라면, 어쩔 수 없다며 쓴웃음 지으면서도 응원할 수 있는데 왜 나인 거냐.

예전의 꾸민 나라면 몰라도, 지금의 나는 딱히 사랑받을 구석도 없을 것이다.

일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담당 아이돌에게는 건조한 대응.

미움 받을지언정, 사랑받을 요소는 없다. 그것이 객관적으로 본 나일 테지.

정말이지――허튼 소리다. 그런 평균 밑인 남자에게, 하필이면 상사인 프로듀서에게 호감을 갖다니.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프로듀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튼, 난 지금의 프로듀서 쪽이 좋아. 전에는 왠지 수상한 미소로, 내가 자주 보는 어른 미소였고.

너도 성가신 풋내기였다. 나 말고 다른 프로듀서는 전부 담당 거부할 수준이었고

? 그거 처음 듣는데. 엄청 쇼크

그러니까 내가 본성을 숨기든 말든, 네 담당은 나인 이유가 그거야.


 

서로, 여러 가지 있었다.

새로이 태세를 갖춘 소녀와 본성을 숨긴 프로듀서.

만남은 결코 좋지는 않았고, 그 후 이어진 날들도 어슴푸레했다.


그래도 결과는 좋았잖아. 안 꾸민 쪽이 지내기 좋아. 나는 프로듀서가 담당이라 좋았어.

 


혀를 내밀고 웃는 카렌은, 얼굴을 바싹 대고 말한다.

혼신의 힘을 넣어, 다시――말을 보낸다.

 


그리고, 너무 바보취급하지 마. 나는 사랑에 사랑하는 게 아니야. 나는 프로듀서가 상대라서 사랑하는 거야.

부끄러운 고백이구만, 죄송합니다.

......몇 초 만에 아이돌을 차다니 최악. 좀 더 고민해.

처음에는 성실하게 고민하고 대답했잖아.

지금도 성실하게 대답하라구, 증말.


 

지금은 아직, 이런 건조한 관계가 기분 좋다.

아이돌과 프로듀서인 지금, 한 걸음 나아간 관계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아직, 이 폭신폭신한 일상을 계속 보내고 싶다.

 

 

 

그저 도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프로듀서는 그렇게 해간다.

지루한 건 성가시니까.

누구라도 괴로운 길보다 편한 길을 택하고 싶으니까.

 





프로듀서

 

온화한 태도로 일에 전력전개로 임하는 프로듀서의 가죽을 쓰고 있던 사람.

지금은 담당 아이돌에게도 일에도 건조함.

타협한 뒤로는, 평균을 모토로 하고 있다.

 


호죠 카렌

 

여러 일이 있고나서 프로듀서를 좋아한다. 질척한 애정이 무겁다.

처음의 삐딱했던 태도는 반성하고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프로듀서를 좋아하게 된 사건이 메인인 과거 편은 눈물이 콸콸 흐르는 일대 스펙터클.

 

 

・제 11화【초등학교 편⑨ 전편】

 

  ◆

  NGO의 비품인 지프 ―― 군용품 ―― 의 큰 타이어조차, 진동이 덜컹덜컹 격렬한 아프리카 길. 포장 같은 건 없는 길을, NGO캠프를 향해 계속 끝없이 달린다.
  핸들을 잡는 군 출신인 NGO 직원과 조수석에 앉은 호위는, 큰 단차를 넘을 때 가볍게 휘파람을 불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스페인어로 계속 잡담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익숙한 험로일 것이다.
  멍하니 그 모습을 의식하면서, 뒷좌석에 앉은 나는 말없이 차창 밖을 바라본다. 바로 옆, 울다 지쳐 잠든 세리실의 손을 잡은 채.
  ――이제 곧 태양이 지평선으로 가라앉을 시각, 일본에서 보기 매우 드문 광대한 평원을 본다. 우기가 끝난 직후인 이유도 있어, 지평선 여기저기에는 푸른 초원이 펼쳐져 여러 동물이 보였다.
  야생동물은 언제 봐도 아름답고 미혹이 없다. 그들은 살아간다....는 것에 거짓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기만으로 가득 찬 생활을 비웃는 듯한 야생동물의 삶.
  그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생명을 보면, 의사가 하는 일은 부자연의 극치인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머지않아 분명 죽을 것임에도 자원과 시간을 써서, 아주 조금 생명을 늘린다. 그 일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하는.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의사를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실은 운명에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발버둥치고 싶다. 언젠가, 반드시 나아지기를 빌면서.
  ――나는 바보니까, 그런 삶의 방식으로밖에 살 수 없을 것이다.


「......선배」


  갑자기 옆에서 뒤척이고는, 프랑스어로 작게 속삭이는 조수. 상복...... 검은 정장을 입고, 금발을 정리한 모습. 날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는 몹시 운 탓인지, 평소보다 외로운 것 같았다.
  잡은 내 손에 살짝 힘을 쥐고, 핼쑥한 얼굴인 채 참회하는 듯 작은 소리로.


「세리실, 일어났어?」

「미안해요. 선배가 와주셨는데...... 저만 자버려서......」

「아니, 신경 쓰지 마. 조금은 진정됐어?」


  끄덕......하고 천천히 단정한 얼굴을 숙이는 세리실. 그러나 눈물 자취는 그 아름다운 얼굴에 선명히 남아있다.


「네......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해요.」


  약 4시간 전, 나와 세리실은 그 소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원래,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이 나라에서는 그리스도교――카톨릭―― 신자가 많다. 소녀의 부모님도 독실한 카톨릭이기 때문에, 교구 사제의 의식으로 장례식이 행해졌다.
  작열하는 햇볕 아래, 순백이어야 할 옷은 가난으로 조금 더러워져 있고, 사망자를 애도하는 헌화도 적다. 생전의 초상화나 사진 같은 건 없고, 참석한 유족이나 친척의 옷도 결코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관계없다. 유족의 무념, 슬픔, 분함, 애석한 마음은 세계 어디에 있는 것이나 같다. 빈부, 인종 같은 건 관계없이 참석한 전원이 소녀를 잃어버린 아픔을 공유하고 있었다.
  마음 깊숙한 곳에 성가가 선명히 되살아난다. 사망자를 애도하는 선율. 적어도 편히 잠들 수 있기를, 하는 소원과 기원을 담은 노래.


「신경 쓰지 마」


  장례식이 끝나고 차에 탈 때까지, 세리실은 다부지게 행동했다. 유족과 이야기할 때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지프가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그녀는 쓰러져 울었다. 내 손에 매달리듯 잡고, 울고, 울어...... 자신을 탓하고. 하지만 자신을 탓해봤자 누구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또 울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울다 지쳐 잘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어제 미팅에서 치프 세르게프가 나와 세리실은 장례식에 참석하도록.... 이렇게 말한 진심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슬픔은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수많은 환자들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유족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이라는 것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선배...... 저, 엄청 제멋대로인 애였어요.」

「응?」


  얼굴을 숙인 채, 불쑥..... 프랑스어를 흘리는 세리실. 변함없이 덜컹덜컹 아래위로 격렬하게 흔들리는 차 안. 내 손을 잡으며, 조수는 천천히 말을 계속한다.
  차창 밖에서는 태양이 지평선으로 가라앉고 있고, 새빨간 저녁노을이 보였다.


「엄마는 패션 디자이너에 자유분방한 분이었어요. 그걸 닮았겠죠...... 교회에도 별로 안 갔고. 막내에다가 아빠도 저한테는 물렀어요. 우연히 공부를 잘하는 것만으로, 가사는 한 번도 도운 적 없었고요. 주변에 대한 감사는 모르는 채...... 정말, 대체 뭘 했었던 건지......」

「......아니. 나도 비슷해. 공부만으로 아무것도 몰랐어.」


   조금씩 그리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한다. 어렸을 적 이야기, 주니어 스쿨에서의 사건. 친구, 부모님과 싸운 일. 부모님에게 생일을 축하받았던 기쁨과 선물이 기대에 못 미처 화낸 일.
  어느 것도 하잘 것 없는 과거의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소녀가 경험할 일은 결코 없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그런 것이다. 계속될 예정이었던 인생이 아무 자비 없이 갑자기 끊어져, 두 번 다시 누리게 될 가능성은 없다.


「선배...... 저, 앞으로도 의사를 계속할 거예요. 그 애 같은 비극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게요. 아무리 울어도...... 무엇 하나 변하지 않는다는 걸 싫어질 만큼 알았어요.」

「그런가.」

「......네」


  이야기의 마지막, 매듭짓듯 세리실은 그렇게 말했다. 작지만, 힘이 조금 돌아온 듯 야무진 목소리.
  꼬옥.....하고 내 손을 살짝 쥔 조수. 그 얼굴은 가라앉아가는 석양에 비춰져 붉고......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

  신에자키의 파티 이후 몇 주가 지난 6월 중순. 관동 서북부에 위치한, 우리들이 사는 마을에도 점점 더운 날이 많아졌다. 나무들이 무성한 산은, 초여름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짙은 녹색이 되어, 여기저기에서 지겨울 정도로 바삐 매미 울음소리가 울린다.
  그렇다, 오늘 아침도 여름더위를 예감시키는 날씨였다. 모처럼의 토요일...... 학교는 휴일인데.


「오빠, 일어나! 좋은 날씨라구.」

「......으음, 사쿠라? 어라, 왜 여기에?」

「안녕, 오빠. 엄마가 바래다줬어.」


  2층 침대 위에서, 어젯밤에는 없었던 소꿉친구의 목소리에 놀라 눈을 뜬다. 아직 반은 자는 듯한 느낌으로, 머리 안쪽이 찡하고 무겁다. 몸도 어쩐지 약간 나른하고, 전형적인 수면부족.
  왜 그러냐면 요즘, 주말마다 신에자키와 둘이서 읍립 도서관에 가서, 의학서를 빌리는 게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쿠라가 친가로 돌아가 조용한 금요일 밤, 마음껏 밤새우며 의학책 읽기에 빠지는, 그런 생활 패턴. 그래서 매주 토요일 아침, 기상시각은 10시 정도인데......
  활기찬 발소리, 그리고 2층 침대 아래에서 울리는 소꿉친구의 목소리에, 기지개를 켜면서 대답했다.


「무슨 일이야? 그보다 지금 몇 시?」

「응? 벌써 8시인데. 자, 놀러가자.」


  졸려 보이는 내 목소리 따윈 개의치 않고, 침대 계단을 올라와서 불쑥 얼굴을 들여다보는 사쿠라. 생긋 웃는 그 얼굴...... 뭔가 좋은 일이 있었던 거겠지. 나는 조금 졸린 것을 참으며, 말없이 목을 기울여 이야기를 재촉한다.
  계단을 다 올라, 푹하고 당연한 듯 기세 좋게 내 옆에 눕는다. 이 녀석도 일어난 지 얼마 안 됐겠지. 핑크색 파자마 차림인 채였다. 왠지 모르게 레몬과 비슷한 상쾌하고 달콤한 머리카락 향기가 감돌....지만, 솔직히 숨 막힐 듯 덥다.
  소꿉친구의 아침 흑발이, 찰랑찰랑 내게 휘감아든다. 생긋 미소를 띠며 탓탓하고 침대에서 양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


「있잖아 어제 아빠가, 후교에서 오늘 오픈하는 수영장 티켓을 가져왔어. 그래서, 오빠도 어떨까 해서」

「수영장?」

「응, 가자! 좀 있으면 학교에서도 수영장 열 거잖아? 좋은 연습이 될 거야. 여러 가지 놀 거리가 있다는 말도 들었고. 응? 괜찮지?」


  푹푹하고 내 볼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누르며, 싱글벙글 미소 짓는 소꿉친구. 확실히 얘는 수영을 아주 좋아해서, 작년에도 수영장에 같이 엄청 많이 간 기억이 있다. 그래, 워터 슬라이더를 매우 좋다하던 것 같다. 뭐, 혼자서는 무섭다고 해서 항상 내가 붙어가는 거지만......


「아 진짜, 그렇게 들러붙지 말라고. 알았어, 알았다니까. 더우니까 떨어져.」
 
「히힛, 그렇게 말해줄 줄 알았어.」

「나 참, 아저씨랑 아주머니 허락은 받은 거지?」


  덥다고 했는데, 짓궂게도 목에 달라붙는 사쿠라를 무시하면서, 아이구하며 몸을 일으킨다. 몸이 조금 무겁고, 머리 안쪽이 멍했다. 하지만 물에 들어가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끔씩은 머리가 텅 빌 때까지 몸을 움직이고 싶다.


「우응, 아빠는 좀 삐졌지만. 히히, 잘 됐네! 그럼 집에 돌아가서, 바로 준비해올 거니까, 오빠도 부탁해!」

「그래그래」

「9시 20분 전철이야! 역에서 약속이야」


  폴짝하고 기세 좋게 침대 계단을 내려가는 소꿉친구를 배웅한 뒤, 나도 침대에서 내려선다. 몇 번이나 하품을 하며, 옷장에 가서 깊숙이 넣어둔 수영복을 찾는다.


「수영장인가...... 그래, 수영장이라면」


  수영 가방에서 겨우 찾아낸 수영복, 모자를 담으며 머리 한 구석에서 멍하니 친구를 떠올린다. 반장이기도 한 친구, 칸나즈키 코이. 건강하게 밝은 다갈색으로 탄 피부, 동그랗고 큰 눈동자, 부드럽고 가느다란 갈색 머리카락. 천진난만한 미소.
  육상, 그리고 스포츠를 매우 좋아하는 코이는 하지만, 뭔가 신체적인 이유가 있어――소문으로는 귀인 것 같다――수영 시간은 매년 견학하고 있었다. 허가를 맡은 것 같아, 아무 문제도 없었지만......


「외로운 것 같았지」


  체육복인 채 그늘에서, 우두커니...... 우리들이 수영장에 들어간 모습을 견학하고 있던 코이. 가끔 눈이 마주치면, 햇볕에 탄 밝은 다갈색 얼굴에 미소를 띠고 손을 붕붕 흔들었던 모습이 떠오른다. 올해도, 견학이 확실하려나 한다.
  그런데...... 문득 생각난다. 그래, 얼굴을 물에 담가 헤엄쳐야만 하는 학교 수영장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물가에서 다리를 담그는 정도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야 나나 사쿠라 같이 마음껏 놀 수는 없지만, 조금은 기분이 나지 않을까?


「코이도 권해볼까?」


  문제는 티켓 장수. 사쿠라는 오늘, 후교에 오픈하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분명 티켓 장수도 인원수에 맞춰서 밖에 없을 것이다. 뭐, 밑져야 본전이고 사쿠라 집에 전화해서 물어볼 수밖에 없다.
  짐을 수영 가방에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습관이 된 서바이벌 가방――최근에는 아무 도움도 안됐지만, 들고 가지 않으면 초조하다――을 어깨에 메었다. 그대로 기지개를 켜면서, 터버터벅 전화기가 있는 1층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없던 때 거실에서 타이밍 좋게 전화가 울렸다.


「우왓, 아...... 네, 여보세요. 히이라기인데요.」

「꺅, 받는 게 빨라. 정말, 난데」

「어.....!? 공ㅈ, 아, 신에자키?!」


  수화기에서 들려온 소리에, 나는 내심 놀라며 대답한다. 잘못 들을 리 없는, 쌀쌀맞고 냉정 침착한 목소리. 수화기 저편에서조차 위압감이 전해진다.


「저기...... 오늘 말인데, 신에자키가에 관련된 시설이 후교에서 오픈해. 그래서 히이라기 군 같이 공부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쓰게 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가엾게 생각해서. 그......우, 우연히야, 나도 한가하고」

「뭐!?」


  굉장히 빠른 말, 그리고 화났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말투. 공주의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등에 축축한 땀이 흐른다. 이건...... 혹시 사쿠라가 말했던 수영장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완전 다른 시설?
  뭐 어느 쪽이든 사쿠라와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거절해야 한다......고, 입을 열려 했을 때, 번뜩였다. 만약, 신에자키가 말하는 시설이 수영장이라면......


「혹시, 그 시설이라는 게 수영장이야?」

「응, 그래. 그래서, 어때? 빨리 대답을......」

「거기 말인데, 혹시 신에자키라면 얼굴 패스로 들여보내주거나 하는 거야? 그...... 관계자용 입구 같은 데로.」

「......읏, 그래. 그래서 어떤데?」


  몇 분 후, 화나 보이는 공주와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잘 끝내고 혼자서 내 발상에 감탄하고 있었다. 후우....하고 기합을 넣듯 숨을 내쉰 뒤, 서둘러 코이 집에 전화를 건다.
  오늘 더운 휴일, 즐겁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


  약속....... 언제 찾아가도 완전히 똑같게 보이는 마을 역.
  계절과 함께 변해가는 것은 주변 풍경뿐...... 선명한 초록 가로수에는 많은 매미가 앉아, 바삐 울고 있다. 역의 주륜장에 세워져 있는 많은 자전거. 금속 부분에서 반사되는 일광은 반짝반짝 눈부셔서, 오늘 더위를 직감하게 했다.
  그렇다, 오늘은 더울... 터인데, 나는 오싹오싹할 정도의 한기를 느낀다. 역 대합실의 좁은 공간, 그곳은 마치 마경 같이......


「안녕하세요, 신에자키 선배. 오빠의 친구...... 아니, 그저 아는 사람이었죠.」

「――!? 후, 후후..... 안녕 사쿠라 양. 너야말로 남매도 아닌 생판 남인 주제에, 뻔뻔스럽게도...... 아니, 돌보기를 좋아하는 거네. 그렇게 애 같은 체형인데도 다부지게 행동하고 있구나. 정말, 유아체형인데, 그렇지......?」

「――으읏!!!」


  활짝 핀 미소로 인사를 주고받는 사쿠라와, 콕하고 마치 가슴을 강조하듯 당당히 서 있는 신에자키. 둘을 중심으로, 공간이 빠직빠직 얼어붙은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내 손을 잡고, 신에자키에게 경련 섞인 미소를 보이는 소꿉친구. 무릎까지 오는 밀리터리 바지, 노란 티셔츠, 그리고 마음에 드는 흰색 리본, 이런 움직이기 쉬운 대략적인 차림. 매우 활기차고 귀여운 느낌.
  반면 바로 정면에 서 있는 공주는, 프릴이 붙은 반소매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 나비넥타이, 빨간 체크무늬 미니스커트, 부츠 이런 스타일. 약간 고스로리 같은 패션으로, 사쿠라와 달리 조금 큰 가슴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여자애 같은 분위기다.


「두, 둘 다 사이좋게.....」

「오빠!? 왜 신에자키 선배가 여기에 있어? 게다가 수영 가방을 들고서!」

「히이라기 군, 이건 어떻게 된 일이니? 널 가엽게 여겨 권했는데, 어째서 애 보는 사람까지......」


  미소......인데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우는 소꿉친구에게, 홱! 하고 팔이 거칠게 끌려간다.
  눈앞에 선 공주는, 찌릿이라는 느낌으로 내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와, 팔짱을 끼고 서서 무섭게 차가운 시선으로 흘겨보고 있다.
  대체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난 단지, 모두가 함께 노는 편이 즐겁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안녕, 아키라! 기다리게 해서 미안. 저기, 오늘은 권해줘서..... 어어!? 왜 오늘은 단 둘이서!?」

「아, 코이」

「카, 칸나즈키 선배까지!?」

「칸나즈키 군!?」


  그 때, 뿅하는 느낌으로 친구가 역에 들어왔다. 놀란 듯한 표정으로 사쿠라와 공주를 보고서는 멍하니 입을 연다.
  옷차림은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허벅지가 노출된 짧은 바지, 그리고 어깨를 크게 드러낸 검은 탱크톱. 거기에 전에 산 빨간 패션안경을 쓰고 있다. 그런 이유도 있어, 왠지 평소보다 더 미소녀 같은 느낌.
  그러나 찌릿......하는 눈동자로 키가 작은 코이는 아래에서 나를 흘겨본다. 안경 플라스틱 렌즈 너머로, 둥글둥글한 두 눈동자가 보였다.


「아, 아니...... 코이, 침착해. 왜냐면 많은 편이 즐겁잖아? 모두, 내 친구들이고. 사쿠라도, 거기에 신에자키도......」

「아니 오빠!? 난 친구가 아니야. 그래,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했잖아.」

「히이라기 군, 멋대로 날 친구라고 하지 말아주겠니?」

「너무해 아키라, 난 단순한 친구가 아니잖아. 친구, 둘도 없는 친구였잖아, 바보, 바보」


  투닥투닥하고 코이한테 가볍게 가슴을 얻어맞는다. 아픔은 전혀 없지만 우으으.....라는 느낌으로 흘기는 친구의 얼굴이 괴롭다.
  사쿠라는 볼을 부풀린 채 내 팔을 아플 만큼 꽉 쥔다. 삐걱삐걱한 느낌으로 이를 악물고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공주는 말없이, 그저 콕 냉철하게 팔짱을 끼고, 벌레 같은 인간을 보는 듯한 시선을 던진다. 뼈아프다...... 왠지 위가 찡 저린다.


「모두, 스, 슬슬 전철 시간이야. 아하하, 가자. 응? 오늘은 모두 즐겨야......」


  이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전철 시간이 가까워진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홈으로 달린다. 뒤에서 들리는 불만스러운 소리들...... 그것을 일절 무시.
  애초에 내가 혼나야 하는 이유를 모른다. 나는 신에자키에게 초대받아 뒷문으로, 사쿠라와 코이는 2장의 티켓을 써서(코이 건 원래 내 것을 유용해서)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다....는 완벽한 플랜이었는데.


「아 도망쳤어!」


  타이밍 좋게 홈에 들어온 전철에 탄다. 그 뒤를 어쩔 수 없네....라는 느낌으로, 마지못해 타는 3명. 이걸로 겨우 즐거운 시간이......하고 조금 안도한다.
  나는 서둘러 세 사람과 멀어진 자리에 앉으려고 다리를 내디딘 순간, 소꿉친구의 손에 팔이 꽉 붙들렸다.


「오빠? 모처럼이니까 후교까지의 1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 다 같이 앉자구. 자리도 비어 있고 오늘, 앞으로의 예정을 묻고 싶으니까.」

「정말, 사쿠라 양이 말하는 대로란다. 가장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그러네...... 아키라. 거기에 앉아....아니야! 가장 안쪽이 당연하잖아. 어떻게 할 생각인지, 빠짐없이 물을 거니까!」


  4인의 벼랑 좌석, 가장 안쪽으로 억지로 앉혀진다. 옆에 코이, 바로 정면에 사쿠라, 대각선으로는 공주. 3명의 얼어붙을 것 같은 시선이 아프다.
  창밖은 초여름답게 온통 초록이 퍼져......있건만, 여기만 전혀 다른, 극한의 툰드라 같다고 난 생각했다.


  ◆◆◆◆


  전차 안, 1시간 정도의 고문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 뒤, 어떻게든 기분이 풀어진 셋과 같이 예의 시설에 입장했다. 결국, 전원이 신에자키의 친구라는 걸로, 줄 서지 않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확실히 오늘이 오픈일이라는 것도 있어, 어느 것이나 신품. 로커도 넓고, 나는 수영장이 기대되어 후딱 갈아입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코이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갈아입지 않는다. 왠지 얼굴을 빨갛게 하고 고개를 숙일 뿐. 물어봤더니, 「배가 아파」라고 대답하고, 화장실로 갔지만......


「코이, 아직? 괜찮아?」

「으, 응. 미안, 조금만...... 응, 이제 됐어.」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고, 겨우 나온 친구.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놀라서 멍해지고 말았다.


「그거......」

「이, 이상해......? 쇼트 존 타입이라고 하는데...... 부탁이야, 그렇게 보지 말아줘. 썬탠 자취가 부끄러우....니까」


  우물쭈물하며 얼굴을 붉히고 내 시선을 피하듯 뒤로 도는 코이. 그 뒷모습을 놀라며 바라본다.
  수영 선수가 입는 것 같은, 상하 일체형 원피스 타입 수영복. 반들반들 광택이 있는 검은색 소재로 되어있어, 친구 몸에 딱 맞는 느낌.
  아니, 뭘 입든 그건 상관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드러난 몸의 라인...... 둥그스름한 가녀린 어깨, 햇볕에 그을린 가느다란 목과 팔, 그리고 등에서 허리, 다리에 걸친 라인이 어딘가 볼륨이 있어서.... 이래서야 마치.....


「아니, 이, 이상하지 않아.」

「그, 그렇게 빤히 보지 말. 수영복, 거의 입지 않으니까...... 엄청 부끄러워서」

「아아, 미안」


  눈을 치켜뜨고 나를 보며, 부드러운 갈색 머리에 수영 모자를 쓰는 코이. 그러나 보지 말라고는 했지만, 나는 햇볕에 그을리지 않은 코이의 피부를 보고, 동요를 숨길 수 없다.
  호리호리한 목덜미부터, 아까 보인 등 부위――평소에는 체육복으로 가린 부분――의 피부가, 정말로 새하얘서 살결이 곱다. 어쩐지 봐서 안 되는 것을 본 것 같아, 나는 가방에서 큰 타올을 꺼내 코이의 어깨에 걸쳤다.


「응? 고마워, 아키라」

「그래, 가자」


  고개를 저으며 둘이 나란히 수영장으로 향한다. 사쿠라, 신에자키와의 상의로는, 입구 근처에서 기다린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오빠, 늦어~」

「하아...... 히이라기 군. 넌 항상 칠칠치 못하구나.」

「아......」


  반짝반짝 빛나는 수영장 수면 옆에, 사쿠라와 신에자키가 서 있었다. 소꿉친구는 학교 지정 감색 스쿨 수영복. 몹시 기대되어 견딜 수 없는지, 기운차게도 가녀린 몸으로 뿅뿅 뛰고 있다.
  그에 반해 신에자키는, 분홍과 검은 색 체크무늬 원피스 수영복. 가슴을 가리듯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보고 있지만......, 가느다란 그녀의 팔만으로 가슴을 숨길 수 있을 리도 없고, 가슴골이 제대로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섭도록 아름답고 긴 다리 라인.


「바보 아키라! 진짜, 뭘 멍해있는 거야. 가자.」

「아, 응」


  뒤에서 코이한테 살짝 등을 맞고 둘에게 다가간다. 주변에도 다른 손님이 많아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하지만 그 소란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쿠라의 수영복 차림, 그리고 신에자키의 수영복을 정면으로 볼 수 없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엄청 답답하다.


「히이라기 군, 그리고 칸나즈키 군. 사쿠라 양에게는 이미 설명했지만, 저기 안쪽에 전용 구역이 있어. 2호실, 자유롭게 써도 되니까. 이게 열쇠......그런데 히이라기 군!? 착실히 듣고 있는 거니?」

「.......아, 응」

「오빠, 어딜 보고 있는 거야!」

「바보 아키라, 이쪽이 부끄럽다구.」


  불합리한 이유로 코이랑 사쿠라한테 찰싹찰싹 등을 얻어맞으며, 신에자키의 손으로 열쇠를 받는다. 헤엄치기 위해서인지, 긴 흑발을 위로 올려 정리한 공주. 순간, 그녀의 손가락이 내 손에 닿는..... 것만으로 긴장한다.


「오빠, 우선은 슬라이더로 가자.」

「바보, 갑자기 거기냐고.」

「앗, 나도 하고 싶은데」

「침착성이 없구나.」


  소꿉친구에게 억지로 손을 이끌려, 나는 시설 전체로 눈을 돌린다. 널찍한 공간, 천장은 외광이 물에 들어올 수 있게 투명하고, 여러 개의 거대한 수영장이 있었다. 남국풍의 녹색 수목이 많이 심어져 있어, 공기가 매우 맑다. 풀의 종류도 폭포 같이 물이 떨어지는 것부터, 바다와 비슷한 것, 물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등등 전부 셀 수가 없다.
  안쪽은, 슬라이더 등의 여러 가지 시설이 많이 보인다. 레스토랑, 매점 등도 완비되어 있어, 코이가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점의 푸드코트까지 있었다.


「히이라기 군,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도록 해. 초대한 신에자키가의 명예가 더럽혀지니까.」

「그, 그렇게까지......」

「자, 오빠 가자」

「......그렇다 해도 차이가 너무 나잖아. 신은 참 불공평해.」


  작은 소리로 뭔가 투덜투덜하고 중얼거리는 코이. 팔을 쭉쭉 잡아당기는 사쿠라.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는 공주. 모두가 함께 슬라이더를 향해 걷는다. 많은 손님이 있다고는... 해도 입장 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인지, 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대단해. 그래도 이거, 놓치면 큰일이네.」

「......있잖아, 그래서 전용 구역을 가르쳤잖니. 히이라기 군은 정말 얼빠졌구나.」

「난 오빠랑 단 둘이라도 좋은데」

「......나도」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를 하면서, 겨우 슬라이더 시설 입구까지 도착했다. 이미 상당한 사람들이 줄 서 있어서 어쩔 수 없다...... 가장 뒷줄에 도착했다. 옆에 있는 슬라이더는 경사가 급해서, 미끄러져 떨어져가는 사람들의 절규와 환성이 울린다. 튀는 물보라가 날아와서, 그것도 매우 즐겁다.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차례를 기다린다. 처음에는 왠지 험악한 분위기였던 사쿠라와 신에자키도, 조금씩 이야기하는 것 같아, 나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지 「수영 모자가 아파」라며 푸념하는 코이. 그걸 조정하려고 나는 양손으로 코이의 머리를 손대고 있었는데.....


「.......응?! 우왓!!」

「꺅, 뭐야?」

「어?」

「오빳」


  갑자기, 꾹하는 느낌으로 내 허리에 뭔가가 매달렸다. 놀라서 보니, 허리에 매달린 것은 키가 작은 금발 아이.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체격으로, 푸른, 마치 인형 같은 눈동자로 나를 글썽글썽 올려보고 있었다. 입가는 의지가 강한 듯 단단히 다물어져 절대로 떼어놓지 않아.....라는 느낌으로 힘을 줘 허리에 손톱을 세운다.


「아팟, 아프다니까」

「오빠, 누구?」

「미아?」

「잠깐, 무슨 일인데」


  애들도 놀라서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작은 인형 같은 소녀를 억지로 떼어놓지도 못하고, 나는 놀란 채 아픔을 참을 뿐.
  그리고 게다가......


「세리, 오오, 뭘 하는 거니? 죄송합니다, 아이가 폐를 끼쳐서」

「어? 로리스 선생님」

「응, 사쿠라 양인가요?」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 사쿠라가 보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자, 거기에는 키가 큰 어른이 서 있었다. 조금 얇은 두발, 일본인....치고는 피부가 약간 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 크고 높은 코. 사람이 좋아 보이는 중년 남성으로, 정말 곤란한 듯한 상태로 당황하고 있다.


「아팟, 아파....근데 사쿠라, 아는 사람?」

「뭐어!? 전에 조회에서...... 진짜, 5학년 선생님이라구. 하프라고」

「아키라.......」

「증말....... 이쪽이 부끄러워져.」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노출되면서도, 나는 허리에 매달리는 소녀를 어떻게든 달랜다. 말없이 그저 응시하는 금발 소녀――세리라고 불린――는 내가 머리를 쓰다듬자 생긋 미소 짓는다. 그러나 놔주지 않는다.
  부친의 호소를 완전히 무시하고, 오로지 나만을 올려보고 있다.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세리 짱. 저기, 좀 아픈데」

「아니야.」


  뭐가 싫었던 건지, 꼬옥하고 불만스러운 듯 손톱에 힘을 주는 소녀. 의지가 강한....게 아니고, 이건 엄청 제멋대로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


「뭐가 아닌데?」

「이름. 나, 세리실이라고 해. 자, 불러줘」

「세리.....실?」


  소녀에게 들은 대로, 나는 불쑥 중얼거린다. 만족했는지, 생긋 미소 지은 뒤 팔을 떼어놓는 금발의 소녀. 서양인형 같이 귀여운 얼굴,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완벽한 백인 아이다.
  처음으로 만났을 터인데, 그러나 어딘가 그립다. 세리실, 이라는 단어의 소리를 입으로 내자, 마치 익숙해진 것처럼 느꼈다.
  펄떡펄떡하고 미안하듯 달려오는 선생님, 옆에서 놀라 뭔가 말하는 사쿠라나 코이, 신에자키. 하지만 그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고, 나는 단지 세리실이라고 자칭한 금발 소녀와 서로 마주본다. 그 푸른 눈동자 안쪽.... 뭔가, 불가사의한 빛이 보인 것 같다.